'누드'는 서양 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형식과 내용이다. 구석기 시대 제작된 조각부터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제작된 남성 혹은 여성 누드 조각상이 널리 전해진다.
회화에서 최초 누드화는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1485)이다. 이후 화가들은 신의 이름을 빌려 자연스럽게 누드화를 그렸다. 신화화 및 역사화 주인공 여성들 '복장'은 누드가 대세였을 정도다. 영국 저명한 평론가 존 버거(1926∼2017) 주장대로 '누드는 복장의 한 형식'이었다.
이를 깨트린 작품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가 '일반 여성'을 모델로 그린 '옷 벗은 마하'(1800년께)다. 누드화를 철저히 금기시한 가장 엄격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종종 이를 누드화와 구별해 '나체화'로 부르기도 한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인상주의 태두 에두아르 마네(1832∼1883)가 그린 '풀밭 위의 점심 식사'(1863)와 '올랭피아'(1863)에서 등장한 여성 누드는 문화계에 큰 스캔들을 일으켰다. '여신 누드'에서 해방된 혁명이었다.
누드 여성 주인공이 다변화할 때도 하나의 금기가 있었다. 소녀 누드다. 어린 여자 누드는 관음(觀淫) 대상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무척 꺼리던 소재였다.
이를 깬 대표적인 작품으로 노르웨이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전성기 시절 그린 '사춘기'(1895)를 든다. 손으로 하체를 가린 자세와 정면을 바라보는 불안한 표정에서 사춘기 소녀 특유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다른 표현주의 화가 독일 에른스트 키르히너(1880∼1938)는 한 발 더 나갔다. '마르첼라'(1909)다. 이 소녀는 당시 열두 살이었다고 하는데, 그는 더 어린 소녀를 그리기도 했다. 쉽게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이웃 소녀를 그렸다는 점과 천진난만한 소녀의 순수를 그렸다는 두 가지 주장이 있지만,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적나라한 소녀 누드를 많이 그려 크게 논란이 된 화가는 오스트리아 에곤 실레(1890∼1918)다. 그는 자화상으로 그린 자신의 누드는 물론 포르노그래피에 가까운 여성 누드도 유별나게 많이 그렸다. 1912년 빈 인근 지방인 노이렌바흐에 머물며 작업하던 시절엔 미성년 누드 제작 혐의로 체포돼 3주 이상 구금돼 재판받기도 했다.
실레가 성(性)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누드를 즐겨 그린 이유로 흔히 가정사를 언급한다. 매독으로 사망한 아버지, 아버지에 무심했던 어머니, 여동생에 대한 집착 등이다.
하지만 소녀 누드 유행을 화가 개인사로 한정할 수 없다. 1900년 전후 유럽에 만연했던 '세기말 증후군'으로 이해해 볼 만하다. 가치관의 혼돈, 전쟁에 대한 공포, 새로운 사고체계 등장 등인데, 찰스 다윈의 '진화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무의식 세계' 등이 그 바탕이라 할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다툼, 경제적 발전 이면의 극심한 빈부격차, 탈출구처럼 삼은 성적 문란 등이 그 증상들이라 하겠다.
'세기말 증후군' 대표 도시는 오스트리아 빈이었다. 철학과 음악 이외 미술만 한정하더라도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실레가 활약한 도시다.
퇴폐적인 이 시기 빈을 대변하는 다른 상징물 하나가 원래 이름이 '아인슈페너 커피'인 '비엔나커피'의 단맛이다. 하지만 달콤함에 대한 동경과 탐닉은 오래가지 않는다. 비뚤어진 관능의 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 합스부르크 왕가 몰락으로 마침내 붕괴했다.
프로이트가 쓴 역작, '꿈의 해석'은 갈 길을 잃은 유럽 사회에 만연했던 '현실의 해석'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당시 현실은 유럽인들에게 고통과 절망이었다. 소녀 누드는 그 도피처 중 하나로 이해할 만하다.
그로부터 인류는 고통과 절망을 극복했을까? 물론 아니다. 더 커지고 강해졌다. 현실이 무겁고 어두울수록 화가들은 재현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다. 대상을 파괴하고 거부하려는 요동(搖動)의 절정이 바로 추상이었다. 모더니즘이란 결국 '굴레와 질곡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실천'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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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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