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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생활]

[오스트리아 생활]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의 뺨에 난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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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는 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이다.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3학년 때다. ‘학교 없는 사회’라는 책이었는데 그 책에서 일리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교의 가장 기본적 기능인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 권위적이고 지식으로 무장한 교사가 그러지 못한 학생(민중)에게 지배이데올로기를 일방적이고 억압적으로 가르침(주입함)으로써, 그것이 사회의 불평등을 재생산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다 어느 글에선가 이반 일리치가 암에 걸려 뺨에 혹이 났는데, 그것이 처음엔 작았다가 나중에 점점 커져 목까지 뒤덮어 그렇게 거의 10년 동안 고통에 시달리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읽었던 글귀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나는 내 목의 혹을 나의 십자가로 생각한다. 누구든지 사람에게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있다.”라는 말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다량의 진통제를 투여하는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그는 병원이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확대하고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개발한 진통제 가루를 조금씩 먹으며 고통을 견디다 사망했다.

그 후 이반 일리치를 다시 만난 것은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은 경제, 교육, 언어, 종교, 의료 등에 대해 세계적 권위의 학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12년 동안 연설한 연설문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 책에서 일리치는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으는 갖가지 가구나 물건이 결코 내면의 힘을 키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온갖 편의를 짜 넣은 주택은 우리가 약해졌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갈 힘을 잃을수록 재화에 의존합니다. 사람들의 건강은 병원에 의존하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은 학교에 의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애석하게도 병원도 학교도 한 나라의 건강이나 지성의 지표가 되지 못합니다.”

 

우리는 근대화를 거쳐 현대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물질문명은 불과 몇 년 사이 몰라보게 달라졌고, 일상에서 누리는 풍요는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해졌다. 빈부격차로 인해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지만 그럼에도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생활환경의 변화는 삶의 질적 수준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런데 그럴수록 우리는 ‘살아갈 힘’을 잃었으며, 잃은 힘만큼 재화(물건)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점점 더 쓸모없게 되었다.

나는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 이반 일리치의 뺨에 난 혹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웬만하면 주사도 맞지 않고, 약도 먹지 않으려 한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 온 약은 한두 번 먹고 나머지는 버린다.

고통은 그 고통의 의미를 발견할 때 더이상 고통에 머물지 않는다. 그럴 때 고통은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될 수 있다.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는 삶의 방향전환이다. 고통은 삶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내가 짊어진 오늘의 고통을 통해 사람은 다른 차원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치료할 수 있었는데도 치료를 거부한 채 자신이 믿는 바대로 고통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간 이반 일리치는 나에게 특히 질병과 병원 진료에 대한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가져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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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독일어

오스트리아 현지 독일어 학원 & 유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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