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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독감 예방 주사 안 맞아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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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이득


‘외부 경제’ 혹은 ‘긍정적 외부 효과’라 불리는 용어를 살펴보겠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을 줬는데 아무런 보상을 못 받는 경우를 뜻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이다.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리기 싫어서 백신을 맞았다. 그러면 물론 코로나에 안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렇게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코로나19가 유행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유행이 잠잠해질수록 ‘그럼 나는 백신 안 맞아도 되겠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는 예방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예방 접종이 자연의 뜻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아무런 접종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어릴 적 의무적으로 맞았던 홍역, 뇌염, 소아마비 등 각종 질병에 대한 예방 주사조차 자식에게 맞히길 거부하는 부모도 있다. 막상 살아 보면 접종을 안 한 아이들도 별 탈 없이 잘 큰다. 이에 부모들은 “접종 안 해도 아무런 질병에 안 걸리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런 이야기에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다른 아이들이 대부분 성실하게 접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덕에 질병이 유행하지 않았고, 그래서 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도 무사했던 것이다.

 


 

외부 효과와 외부 경제


이제 외부 경제가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됐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나는 내 돈 내고 혹은 돈을 내지 않더라도 귀한 시간 써서 아픈 거 꾹꾹 참아 가며 주사를 맞았는데, 다른 사람은 아무런 고생 없이 그 혜택을 날름 받아 챙긴다는 것이다. 이러면 ‘그럼 나도 주사 안 맞고 버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나아가 접종을 받는 사람 숫자가 줄어들고 그 때문에 다시 전염병이 확산된다. 그러다 보면 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마스크를 쓰는 행위도 외부 경제에 해당된다. 내가 돈 내고 마스크를 사서, 답답한 거 참아 가며 착용하고 다녔다. 그러면 내가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늘어날수록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 경제의 문제점을 막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 방법은 외부 경제를 유발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방 주사를 무료로 맞게 해 주어 접종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둘째 방법은 외부 경제 활동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것이다. 접종을 안 하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든지 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3개월마다 무려 500만 원에 가까운 벌금을 물렸다. 우리나라는 13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 주사를 놔 주고 있다.


“난 독감 예방 주사 안 맞아도 겨울에 독감 잘 안 걸리던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외부 효과를 이용해 혜택을 공짜로 얻으려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방 접종을 하지 않고도 독감에 안 걸렸다면, 그건 주변 친구들이 성실하게 주사를 잘 맞아 준 덕분이다.

 


 

의무 교육이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

 

외부 경제를 대표하는 또 다른 사례는 학교에서 받는 교육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혜택이 본인에게 돌아온다. 그런데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뜻밖에도 다른 사람들이 혜택을 입는 외부 경제가 발생한다. 왜일까?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 사회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나라 전체가 부유해질 것이고, 그 혜택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돌아가게 마련이다.


이처럼 교육은 긍정적 외부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도록 혜택을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에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의무 교육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유럽의 교육 강국들 중에는 아예 대학도 무료로 혹은 아주 적은 등록금으로 다니게 하는 나라가 꽤 있다. 세계에서 교육이 가장 발달했다고 평가받는 핀란드를 비롯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대학 교육이 모두 공짜로 제공된다. 심지어 덴마크는 대학생이 되면 매달 몇십만 원씩 용돈도 받는다. 이게 다 교육의 외부 경제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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