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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생활]

푸릇한 향, 쨍한 산미: 리슬링(Riesling)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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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마시자, 리슬링 화이트와인
떫은 맛 없고 도수 낮아 가볍게 음미
드라이한 맛 원할 땐 당도확인 필수

숙성된 리슬링에서는 페트롤향 솔솔
해산물·육류 요리와도 절묘한 궁합

 

 

해는 뜨겁지만 이따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여름 오후. 사방이 환한 와인바 테라스에 앉아 차가운 리슬링 와인 한 모금을 마신다. 한낮에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은 알코올도수와 청사과의 푸릇한 향, 쨍한 산미가 주는 아삭한 질감으로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물리쳐 본다.

 

리슬링이란?


리슬링(Riesling)은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청포도 중 하나다. 마치 향수와 같이 향이 매우 다채롭고 산미가 있어 봄과 여름에 특히 빛을 발하는 품종이기도 하다.


리슬링으로 만드는 와인은 대체로 도수가 낮은 데다 레드 와인처럼 탄닌의 떫은 맛이 없어 와인 입문자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와 함께 3대 화이트 품종으로도 꼽히며 독일과 프랑스 알자스를 잇는 라인(Rhine) 강 유역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전 세계 리슬링 생산량 중 절반 이상을 독일이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생산량을 보여주는가 하면, 프랑스 알자스에서는 수확하는 전체 포도 품종의 1/4이 리슬링일 정도로 리슬링은 독일과 알자스를 대표하는 품종이다.

 

리슬링의 달콤함

 

비교적 낮은 도수와 경쾌한 맛에 ‘와린이(와인+어린이, 와인입문자)’도 쉽게 마셔봄 직하지만 파고들수록 복잡한 것이 리슬링이다.

상큼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의 와인을 기대하고 리슬링을 주문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단맛에 실망하는 경우가 리슬링을 어렵게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리슬링으론 드라이한 와인부터 아주 달콤한 와인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구매 시 당도를 꼭 확인해야 한다.

특히 독일 리슬링은 대체로 달콤한 스타일로 만들기 때문에 독일 리슬링 와인 구매 시엔 당도 등급 확인이 필수다. 리슬링은 포도가 익은 정도에 따라 당도가 달리한다. 독일에서는 리슬링 포도의 당도를 6가지로 분류한다. 카비넷(Kabinett)이 가장 덜 단 와인으로 드라이 또는 오프 드라이에 가깝다.

이어 슈패트레제(Spatlese, 늦게 수확한 포도), 아우스레제(Auslese, 선별된 성숙한 포도송이), 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BA, 과숙한 포도알),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enauslese·TBA, 초과 완숙해 건포도에 가까운 포도), 아이스바인(Eiswein, 언 포도) 순으로 당도가 높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포도의 당도가 곧 와인의 당도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위의 당도는 리슬링 완제품의 당도가 아니라 양조 전 포도즙의 당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늦게 수확해 당도가 높은 포도를 사용했어도 양조과정에서 발효를 많이 하면 알코올도수가 높고 단맛은 적은 와인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발효가 적게 되면 알코올도수는 낮지만 당도는 높은 와인이 탄생한다.

다시 말해, 아우스레제 등급의 포도로도 카비넷이나 슈패트레제보다 더 드라이한 리슬링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당도 분류와 함께 알코올도수를 확인하면 보다 정확히 와인의 당도를 가늠할 수 있다. 알코올도수가 10도 내외에 가깝다면 발효를 덜 시킨 것으로 당도가 어느 정도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리슬링 생산자들도 드라이한 양조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에 당도는 줄이고 알코올도수는 높인 드라이 와인에는 트로켄(Troken)이라는 표기를 덧붙이기 시작했다. 카비넷 트로켄, 슈패트레제 트로켄 등과 같은 식이다.

가령 레이블에 슈패트레제 트로켄이라고 쓰여 있다면 카비넷보다 당도가 높은 포도를 사용했으나 발효를 많이 해 드라이한 맛을 내는 와인인 것이다.

독일보다 날씨가 더 온화한 알자스 지역과 오스트리아, 호주 등지에서 생산한 리슬링 와인은 훨씬 드라이한 맛을 내므로 엑스트라 드라이 또는 드라이한 리슬링을 찾는다면 해당 지역의 것으로 구매해 보자.

비교적 낮은 도수와 경쾌한 맛에 ‘와린이(와인+어린이, 와인입문자)’도 쉽게 마셔봄 직하지만 파고들수록 복잡한 것이 리슬링이다.

 

리슬링의 맛과 향

 

리슬링은 떼루아를 잘 반영하는, 그러니까 포도가 재배된 지역에 따라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품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모든 지역을 아울러 향이 풍부하고 산미 높은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공통점을 지닌 가운데, 독일처럼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된 리슬링은 사과, 배의 향이 유독 돋보인다. 오스트리아나 알자스와 같이 따뜻한 기후에서 늦은 수확을 하는 리슬링에선 감귤류와 복숭아 풍미가 좋고, 호주 이든 밸리와 클레어 밸리의 리슬링은 라임, 레몬 등의 신 과실향이 특징이다.

신선한 과실향 다음으로 리슬링의 독특한 풍미로 꼽히는 것이 페트롤(Petrol) 향이다. 페트롤은 말 그대로 석유와 같은 기름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석유난로에서 나는 냄새나 새 신발에서 나는 고무 냄새 등으로 묘사할 수 있겠다. 리슬링의 페트롤 향은 TDN이라고 일컫는 화학 성분에 의한 것이며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이 냄새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TDN은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노그리 등과 같은 여러 품종에서도 발견된다. TDN이 와인 향에서 느껴지려면 2~10μg/L의 농도를 지녀야 한다. 다른 품종들은 평균 1μg/L 내외 수준의 TDN을 지니지만 리슬링은 확연히 높은 3.8~6.4μg/L의 농도를 지닌다. 이 때문에 유독 리슬링에서만 페트롤 향이 언급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리슬링 와인에서 페트롤 향이 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잘 숙성된 리슬링에서 난다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페트롤 향은 잘 만든 리슬링의 지표이자 와인의 복합미를 더욱 살리는 요소라고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지나친 페트롤 향의 경우 와인의 섬세한 풍미를 방해하며, 이제 갓 만든 어린 와인에서 나는 페트롤 향은 와인의 결함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포도 재배 환경이 지금과 달랐던 과거엔 페트롤 향이 좋은 빈티지의 기준이 될 수 있었겠으나 기후 온난화로 리슬링 수확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는 지금에 와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와인 애호가들은 적절한 농도의 페트롤 향을 선호한다. 포도원에서부터 양조 과정, 병입, 보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잘 통제됐기에 나는 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와린이들에게 있어서도 페트롤 향은 리슬링 와인과 다른 산미 있는 와인을 확연히 구분 짓게 하기에, 리슬링의 페트롤은 호불호를 뛰어넘어 리슬링만의 고유한 영역인 것만은 분명하다.

모든 지역을 아울러 향이 풍부하고 산미 높은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공통점을 지닌 가운데, 독일처럼 서늘한 기후에서 재배된 리슬링은 사과, 배의 향이 유독 돋보인다.

 

리슬링의 궁합


달콤한 과실향과 은은한 꽃향, 기분 좋은 산미에 미네랄, 페트롤 등 단일 품종만으로도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맛의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리슬링은 그만큼 음식과의 페어링 폭이 넓고 쉬운 편이다.

약간의 당도가 느껴지는 리슬링은 아시아 음식, 특히 맵거나 강한 향을 지닌 태국 또는 중국 음식과 궁합이 좋다. 단맛이 매운맛을 중화해 주기도 하지만 다채로운 향과 산미가 음식에 감칠맛을 더한다. 짠 음식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

드라이 리슬링 혹은 트로켄 리슬링과는 해산물 요리 그리고 다양한 육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크리미한 소스를 곁들인 육류 요리는 리슬링의 산도와 어우러져 좀 더 풍부한 풍미를 뽐낸다. 허브와 함께 조리한 치킨이나 오리고기 역시 리슬링의 복잡한 향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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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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