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적의 적은 친구다.' 1940년대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가 제시한 '균형이론'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사회에서 인지적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균형이론을 최근 과학자들이 현실을 반영하는 몇 가지 조건을 설정해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정치적 양극화 같은 사회현상뿐 아니라 뇌의 신경 네트워크, 치료를 위한 약물 조합법 등 복잡한 상호작용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스트반 코바츠 미국 노스웨스턴대 물리천문학과 교수팀이 통계물리학을 활용해 사회적 균형이론을 입증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했다.
하이더의 균형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회적 관계 내에서 조화를 찾는다. 이를 수학적으로 나타내면 개인 사이에 관계의 연결선을 그렸을 때 친구면 양수(+), 적이면 음수(-)로 연결선을 표현할 수 있다. 어떤 개인에서 출발해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모든 순환에서 연결선의 부호를 모두 곱한 값이 양수일 경우 균형적인 연결망이다. 만일 한 순환이라도 음수라면 불균형이다. 불균형은 사회에 불안과 긴장감을 준다.
예를 들어 세 명의 사람이 있을 때 모두 친구(+) 사이면 순환이 양수기 때문에 균형적이다. 모두가 적(-)인 경우 순환이 음수가 되어 불균형을 일으킨다. 한 사람이 나머지 둘을 적(-)으로 생각하고 그 둘이 친구(+)인 경우는 균형적이다. 한 사람이 나머지 둘을 친구(+)로 생각하지만 그 둘이 적(-)이라면 불균형이다.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방향에 따르면 적의 적은 친구, 친구의 친구는 친구, 적의 친구는 적, 친구의 적은 적이다.
균형이론을 확인하려고 했던 기존 네트워크 모델은 대부분 현실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완전히 설명하기에 너무 단순해 일관성 없는 결과가 도출됐다. 현실에서는 물리적으로 모든 사람이 서로를 알 수 없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우호적이어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더 많이 한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기존 네트워크 모델에 반영했다. 개인의 연결선에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음수나 양수를 할당했던 기존 네트워크 모델을 개선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전에 사회과학자들이 연구했던 대규모 공개 네트워크 데이터 세트 4개를 활용했다. 소셜 뉴스 사이트 슬래시닷(Slashdot)의 사용자 평가 댓글, 하원 의원들의 의사 교환, 비트코인 거래자 간 상호작용, 소비자 리뷰 사이트인 이피니언스(Epinions)의 제품 리뷰 데이터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전부 아는 사이일 수 없고, 어떤 사람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남들보다 많이 한다는 두 가지 제약 조건을 확률로 반영해 연결선의 양수·음수 값을 할당한 결과 대규모 사회 네트워크 모델이 하이더의 균형이론과 일관되게 나타났다. 코바츠 교수는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한 수학"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모델을 정치적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만약 나와 친구인 모든 사람이 나의 모든 적과 적이라면 서로를 싫어하는 두 정당이 생겨난다.
새로운 네트워크 모델은 긍정과 부정이 혼합된 모든 시스템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코바츠 교수는 "뇌의 신경 흥분과 억제의 상호작용 네트워크, 질병 치료를 위한 약물 조합법을 살펴보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며 "우리의 관심은 친구 사이의 관계를 넘어 다른 복잡한 네트워크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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