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우파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탈원전 계획을 폐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원전을 선언하고 마지막 원전을 폐쇄한지 35년만의 일이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안보부 장관은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 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가 수입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이 2050년까지 국가 총 전력 소비의 최소 11%를 차지하도록 할 계획이다”고 했다. 또 10년 이내에 가동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도 밝혔다.
프라틴 장관은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친환경 발전으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안보를 충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에서 급격히 증가한 태양광 발전이 중국 일변도의 태양광 패널 수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분명하다”며 “(중국은) 정부가 매우 통제하는 기업 시스템을 가진 나라로, (태양광 패널 수입이) 상업적 도구뿐만 아니라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을 보유한 국가였지만,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진 뒤 당시 운영 중이던 원전 4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듬해인 1987년 국민투표를 거친 끝에 탈원전이 결정됐고, 1990년 마지막 원자로를 폐쇄했다. 오스트리아(1978년)와 스웨덴(1980년)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2008년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원전 재도입을 추진하며 대규모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잇따랐으나, 2011년 다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94%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무산됐다. 그 해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수입 가스 비용이 치솟자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이 올라갔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신규 원전 도입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중이라고 FT는 보도했다. 기존에 운영되던 원전을 영구적으로 폐쇄한 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와 독일 두 나라 뿐이다.
프라틴 장관은 원자력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역사적인 혐오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짚었다. 그는 “젊은이들이 (원전 복구가 국가에 큰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더 잘 알고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른바 ‘체르노빌 세대’는 원자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거절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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