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스트리아 생활]

요즘 유럽에서 항상 보이는 유럽의회 선거운동: 무엇일까?

SMALL
체코의 어느 마을에 내걸린 유럽의회 선거운동 벽보

 

유럽은 지금 어느나라를 가 보거나 유럽의회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EU)의 입법부로, 오는 6월 9일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27개 회원국에서 모두 705명의 의원이 뽑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를 오가며 5년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의원들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8~9개의 정파에 소속되어 활동한다. 각자가 소속된 자국의 정당을 뛰어넘어 비슷한 정치지향을 갖는 전 유럽적 정파에 소속돼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 사민당(SPD) 소속 유럽의회 후보가 당선되면 그는 유럽의회의 두 번째로 큰 정파인 S&D(사민주의자들의 진보연합)에 소속돼 활동하게 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민주의자들도 이 정파에 소속되어 함께 활동하게 된다.

 

독일 제1당이며 보수정당인 기민당(CDU) 후보는 당선되면 EPP(유럽 국민당 정파)에 소속돼 프랑스 공화당(LR) 등 다른 나라 보수주의자들과 함께 활동하게 된다. 독일 녹색당 후보들은 당선되면 G/EFA라는, 범유럽 녹색연합 소속으로 네덜란드나 오스트리아 출신 의원들과 함께 활동하게 된다.

 

독일 바이에른 주의 유럽의회 선거운동 벽보

 

우리나라같이 ‘단일민족국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유럽연합이다. 27개의 서로 다른 나라가 하나의 ‘연합정부’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정치문화도 다른 나라들끼리 어떻게 하나의 연합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런 의문을 유럽연합은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우선 글로벌 시대 대세가 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부터 보자. 유럽연합 소속 국가가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면 개별국가 단위가 아니라 EU 단위에서 맺어야 한다. 한-독 FTA, 한-불 FTA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EU FTA만 있는 것이다. 한국이 독일과 맺은 통상 협상들은 대부분 다른 EU 국가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언어도 제각각 다른 나라들끼리 어떻게 그 수많은 논의와 합의를 이루어내나 싶지만,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대회의장을 한번 들어가 보시라. 2층에 빽빽이 들어선 부스마다 들어찬 통역사들을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그리스어, 포르투갈어, 폴란드어, 헝가리어 등 27개 회원국 언어 통역사들이 연신 부스를 들락거리며 부지런히 상대 언어를 통역해 내고 있다. 같은 한국어로 토의하는데도 상대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 국회 모습에 익숙한 이들에게 유럽의회는 자칫 불가사의한 존재일 수도 있겠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유럽의회 선거운동 벽보

 

유럽연합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국가 간 국경이 없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헝가리에서 체코로 들고 나는데 아무런 검문 절차 없이 그냥 지나간다. 갑자기 거리 간판과 도로표지판이 바뀌는 데에서 국경을 넘었나 짐작할 뿐이다. 실질적으로 ‘국경’을 없앤 모습에서 ‘연합’의 실체를 보게 된다.

 

28개 회원국 중 영국 탈퇴(브렉시트)로 27개 멤버를 유지하고 있는 EU는 인구 8300만명의 독일부터 40만명의 말타까지 다양한 규모의 회원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유럽연합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 중 중요한 것은 :

  •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대처하는 나라별, 또는 정파별 차이
  • 더욱 심각해져 가는 난민문제와 이를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
  • 기후위기 대응
  • 헝가리 등의 권위주의 정부와 각국의 극우정당들이 EU 탈퇴에서부터, EU의 권능을 부정하는 등, EU 권한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점

이다.

 

6월 9일 유럽의회에서 어느 정파가 승리하든 유럽연합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민족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유럽 연합국가를 실현해 보겠다는 EU의 실험들은 우리로서는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유럽연합이 과연 미합중국(USA)처럼 하나의 통합국가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