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체코 경제사절단 동행을 계기로 체코를 중심으로 한 LG그룹의 유럽 사업 협력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 지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지난 1992년 LG전자가 체코 프라하에 판매지점을 설립하며 현지 진출에 나선 이래 30여년간 가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이 중심축은 배터리와 전장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체코에서 고객 밀착형 판매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는 가전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현지에서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LG전자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은 시장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의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인 'LG 올레드 에보'는 체코 소비자 매체에서 최고 점수를 받기도 했다.
LG전자는 최근에는 가전에 이어 전장부품으로 체코 사업을 넓히고 있다.
LG와 LG전자가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기업 ZKW는 체코 브라티모프 지역에서 1992년부터 생산법인을 가동 중이다. 이 생산법인에서는 줄곧 차량용 케이블을 만들고 있다.
LG그룹은 또 올로모우츠 지역에서는 R&D(연구개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법인은 2021년 설립한 이래 차량용 램프 설계에 특화돼 있다.
LG전자는 인근 국가에서 생산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장치인 IVI(In-Vehicle Infotainment)를 체코 현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IVI는 차 안에 설치된 장비로, 차량 상태와 길 안내 등 차량 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사용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보여주는 장치다. LG전자 외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이 같은 전장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도 주목
신공장 설립 ‘구애’
LG그룹과 체코의 차량용 배터리 사업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체코는 2022년 기준 독일, 스페인에 이은 유럽 3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 보급률이 낮고 생산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2.4%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 체코 정부 차원의 전기차 인센티브 정책이 확대될 수 있어,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비중을 2030년 이전에 5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5각 생산체제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는데, 체코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자동차, 폭스바겐(스코다) 등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이에 따라 이 배터리 셀을 체코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제조하는 과정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체코 정부도 자국 내 배터리 공장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한때 현지 투자를 결정했던 폭스바겐은 지난해 말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체코 정부는 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에 러브콜을 계속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에 관심
클린테크 수요 확대 가능성도
체코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이 막히자,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냉난방공조(HVAC) 등 효율성 높은 제품에 대한 정부 인센티브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고효율 제품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조짐이다.
LG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클린테크’ 분야에서도 사업 기회가 열릴 지 주목된다.
LG그룹은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 등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자동차 분야의 자율주행, 차량 경량화 소재, R&D(연구개발) 센터를 유치하려는 노력들도 LG그룹과 또 다른 협력 기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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