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호이어 TAG Heuer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Carrera Chronograph
ref. CBS2212.FC6535
케이스 직경: 39mm
케이스 소재: 스틸
다이얼 색상: 블루
오토매틱 칼리버 TH20-00
6시 방향 날짜창
크로노그래프
파워리저브: 약 80시간
방수: 100m
저번 포스팅에서 다뤘듯이, 태그호이어는 1860년부터 최고급 스포츠 크로노그래프로 자리매김해왔다. 열기 가득한 자동차 경주장에 펄럭이는 체크무늬 깃발을 보면 즉각적으로 태그 호이어의 로고가 떠오르듯이, 태그호이어와 자동차 경주는 늘 밀접한 파트너십을 유지하여 상호 발전해왔다.
스포츠 시계란 의미조차 어색하던 1800년대에 태그호이어는 스포츠 시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1964년에는 마침내 카레이싱(car racing)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성립된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Carrera Chronograph)'를 탄생시켰다.
https://kjgerman.tistory.com/344
까레라(Carrera): 전설의 시작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0 & 1960년대에 유럽과 미국에서는 모터스포츠의 황금기가 열렸다. 전쟁 때 전투기 파일럿을 꿈꾸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F1에 열광하고 자연스럽게 레이싱에 필수인 기술, 바로 크로노그래프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당시 '호이어(Heuer)'는 자동차 경주 전문가와 아마추어 모두에게 인기 있는 스톱워치 & 시간측정장비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계 브랜드였다. 이미 판매량 기준으로 시장 1위였는데, 이는 1860년 회사 설립 직후부터 쌓아온 기술력과 각종 스포츠의 공식 타임키퍼 명성 덕이였다.
레이싱 코스와 역사를 함께하는 '까레라 크로노그래프'는 1950년대에 최고 명성을 가진 세계적 카레이스 대회인 '카레라 파나메리카나 멕시코로드 레이스(La Carrera Panamericana)'의 기념 시계를 제작하면서 그 인연이 시작되었다.
호이어의 당시 CEO '잭 호이어(Jack Heuer)'는 1962년에 미국 플로리다 세브링(Sebring)에서 열린 레이스에 초청을 받고 직접 많은 사람들의 레이싱에 대한 열정을 확인한다. 멕시코의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대회에 대해 듣게 된 잭 호이어는 '까레라'는 스페인어로 달리기, 경주, 경쟁 등을 뜻하는 단어에 매혹되었다. 그는 스위스에 돌아오자마자 'Heuer Carrera'를 상표등록하고 레이싱 크로노그래프 디자인에 착수한다.
전부터 호이어는 크로노그래프를 생산하고 있기는 했으나 전쟁 때 사용하던 복잡한 텔레미터가 남아있었고 숫자와 눈금들이 가득 차 다이얼이 상당히 복잡했다. '까레라 크로노그래프'는 디자인 면에서는 아주 심플하게 텍스트와 색상을 최소화하고 그 당시 세계 최초로 케이스에 베젤을 도입했으며, 크로노그래프에 1/5초 스케일을 최초로 표기하였다.
이는 마치 전통적인 양식과 조각들로 가득 찬 유럽 도시에 아무런 장식 없이 미니멀하게 지어진 모더니즘 건축물이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잭 호이어는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 '오스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 등과 같은 근대 건축의 거장들의 작품에 매료되어 있었고, 까레라를 통해 시계에서 바우하우스(Bauhaus)의 정신을 실현하고 싶어했다.
1969년: 까레라의 UP & DOWN
호이어가 태그호이어로 되기까지
1969년 호이어는 또 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이크로로터(microroter)를 내장한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칼리버 11(Calibre 11)'을 만들었고, 까레라 크로노그래프에 이 기술을 장착했다. 칼리버11을 장착한 후, 까레라 모델은 넓어진 케이스로 트렌디하게 디자인 되었으며, 이후 클래이 레가조니, 재키 아이크스, 니키 라우다 등 일류 드라이버들이 이 시계를 착용했다.
이렇게 출시된 까레라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20세기에서 가장 유명한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된다. 특히 1971년 F1 페라리 후원, 영화 <르망> 등의 마케팅이 성공하며 까레라는 모터스포츠의 상징이 되었다.
호이어는 나중에 태그호이어가 된 이후에도 F1 맥라렌을 거쳐 '포뮬러 E' 포르쉐 팀을 후원하고 있으며 지금도 '포뮬러 E' 공식 타임키퍼로써 모터스포츠와의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같은 해인 1969년 '해밀턴(Hamilton)'과 '브라이틀링(Breitling)'이 합작하여 세계 최초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개발하며 한 단계 높은 기술력을 선보였고, 그 해 크리스마스에는 '세이코(Seiko)'의 '아스트론(Astron)'을 시작으로 쿼츠파동이 몰아닥쳐 시계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더군다나 호이어는 미국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1971년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스위스 프랑이 강세로 돌아서며, 미국에서의 가격경쟁력까지 상실했다. 이렇게 호이어는 70년대에 계속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중국에서의 대량 주문 취소가 결정적 계기가 되어 1982년에 결국 부도를 맞게 된다.
호이어는 '피아제(Piaget)'에게 팔렸고, 1985년에 항공 및 모터스포츠 사업을 하는 TAG(Techniques d'Avant Garde) 그룹에 인수되어 지금의 '태그호이어(TAG Heuer)'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TAG는 포뮬러 터보엔진 제작 및 맥라렌 F1 팀도 운영하는 회사였고, 호이어는 F1 공식 타임키퍼였기에 둘의 조합은 어울려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TAG는 장인정신보다는 시장성과 투자수익률에 민감했기에 잡음이 일어났다.
우선 까레라를 비롯하여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계식 크로노그래프의 생산을 중단하고 저가 쿼츠라인 개발 및 생산에 집중했다. 당시 만들어진 시계를 보면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쿼츠시계로 스포츠 버전의 스와치를 보는 것 같다. 이 시점부터 태그호이어는 대중에게 마케팅에 치중된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1988년부터 95년까지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판매수량은 2배, 시계의 가격은 3배 정도 증가하여 매출은 약 6배가 증가했기에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엄청난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평균연령은 55세에서 35세로 젊어졌고, 이를 통해 태그호이어가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TAG의 목적은 태그호이어를 상장시켜 매각하는 것이었다. 기계식 시계의 침체기가 지나고 고급시계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이 보였고, 대형 럭셔리 그룹들이 브랜드를 사모으는 시기였다. 하지만 대형그룹에 태그호이어를 매각하기에는 저가시계 브랜드라는 인식 때문에 스토리가 부족했다.
이에 1996년, 호이어 시절의 까레라를 다시 부활시켜 헤리티지를 만들어 내기로 한다. 60년대 디자인에 호이어 로고를 각인하고 모든 과정을 '시간을 정복하기 위한 도전과 여정'이라는 문구로 꾸며 책도 출판하였다. 이렇게 저가브랜드 방향으로 가던 태그호이어는 예전 호이어의 역사를 합하여 고급브랜드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그해 9월, 태그호이어는 뉴욕과 스위스 증권거래소에 상장되고, 3년 뒤 LVMH에게 인수된다. LVMH가 태그호이어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위에서 만들어낸 태그호이어의 스토리였다.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이 중요한 명품 브랜드에서 까레라의 변천사는 태그호이어를 돋보이게 하기 충분했다.
LVMH에 인수된 태그호이어는 시장에서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이미지를 굳혀갔다. 2002년에 오리지널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변형하고 시계 크기를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39mm로 키웠다.
'역사 가스라이팅' 용도로 사용했던 'HEUER' 로고도 'TAG Heuer'로 바꾸어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태그호이어 스타일로 발전했다고 보면 되겠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의 장착
2002
셀프-와인딩 무브먼트가 장착된 까레라가 다시 소개되었으며, 시계 측면의 윤곽은 슬림하게 유지해 어느 순간에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다양한 까레라의 출시
2003
까레라 옐로우 골드, 까레라 트윈-타임 위드 블루/레드 포인터, 까레라 자개판 모델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켰다.
까레라 40년의 전설
2004
태그 호이어는 까레라의 40년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까레라 40년의 전설(40 Years of Legend)'을 선보였다. 처음 런칭된 1964년도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1964피스만 생산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케이스 뒷면에는 위에서 언급한 까레라를 처음 발명한 잭 호이어의 사인이 새겨져 있어 그 의미가 더 깊다.
같은해, 베젤에 타키미터(속도 측정기구)가 표기된 까레라가 처음 출시되었다. 모터 레이싱과의 관계를 반영해주는 '까레라 타키미터'는 지름 41mm로, 까레라 중 가장 큰 사이즈 모델로 케이스 뒷면이 투명한 사파이어로 만들어져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심플함이 돋보이는 '까레라 오토매틱' 또한 2004년에 선보인 시계로 엘리건트하고 절제된 디자인의 다이얼은 까레라의 오리지널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
태그호이어 까레라: 결론
1963년 모더니즘 디자인의 세례를 받아 완벽한 비율을 가진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로 탄생한 태그호이어의 까레라는 1929년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의 등장으로 디자인이 바뀌었고, 쿼츠파동의 결과로 브랜드에 타격을 입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마케팅만으로 이 자리에 올라왔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이는 긴 세월 동안 기술의 변화나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가치를 검증받은 기술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https://kjgerman.tistory.com/344
https://kjgerman.tistory.com/219
https://kjgerman.tistory.com/210
https://kjgerman.tistory.com/187
'[시계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계리뷰] 쉔부르노, 5구 시계보관함 출시 (11) | 2024.06.19 |
---|---|
[시계리뷰] 리차드밀 RM67-01: 등급과 순위를 논할 수 없는 시계 (Richard Mille) (22) | 2024.06.06 |
[시계리뷰] 태그호이어 모나코: F1 팬이라면 무조건 구매할 Tag Heuer Monaco (40) | 2024.05.21 |
[시계리뷰] 롤렉스 데이토나: 돈 있어도 웨이팅만 10년? (Rolex Daytona) (21) | 2024.05.15 |
[시계리뷰] 샤넬(Chanel) J12: 가방을 넘어 시계까지... 여자의 로망 (40)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