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J12
ref. H5700
케이스 직경: 38mm
케이스 두께: 12.6mm
케이스 소재: 화이트 세라믹 & 스틸
다이얼: 화이트 래커 다이얼
베젤: 스틸 단방향 회전 베젤
셀프 와인딩 기계식 무브먼트
칼리버 12.1
방수: 200m
파워리저브: 약 70시간
COSC Chronometer 인증
스트랩: 견고한 화이트 세라믹 브레이슬릿
스틸 트리플 폴딩 버클
샤넬도 시계를?
샤넬은 1930년대에 시계를 소개하긴 했지만 1987년 '프리미에르(premiere)'컬렉션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시계 컬렉션의 첫 시작을 알렸다. 그 후 마드모아젤 컬렉션, 마뜰라쎄 컬렉션을 내놓으며 샤넬 시계의 역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때까지 컬렉션은 모두 여성용이었고 대중들에게 액세서리로서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 후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자크 엘뤼(Jacques Helleu)'에 의해 새로운 전환을 맞이 하게 된다.
그는 '시대를 초월하는 불멸의 광택이 나는 블랙 컬러의 시계'를 만들고 싶어했다.
새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자크 엘뤼의 주도하에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전체 하이테크 세라믹을 사용한 첫 유니섹스 스포츠 워치 컬렉션인 J12가 탄생했다. J12 모델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세라믹 소재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할 수 있겠다.
J12라는 이름은 자크 엘뤼가 취미삼아 즐기던 요트 경주(12m급 요트가 참가하는 J-Class라는 국제 경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그는 다양한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는 현대인들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가볍고 방수 성능이 우수하며 스크래치가 잘 나지 않는 전천후 케주얼/스포츠 워치를 제작하고 싶다는 열망을 투영해 J12 프로젝트를 구체화했다.
폴리시드 가공된 블랙 하이테크 세라믹으로 제작된 J12는 런칭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하우스다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개성 강한 시계를 선호하는 2~30대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J12 컬렉션은 2000년도 J12 블랙 세라믹 모델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J12 화이트 세라믹 모델을 선보이면서 샤넬의 컬러 코드를 완성했다. 이어 2002년에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J12 워치를, 2003년에는 화이트 색상의 J12 라인업을 추가로 발표해 인기에 박차를 가했다.
J12 컬렉션은 이전의 시계 컬렉션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로 샤넬 최초의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위한 모델이라는 점, 둘째로 샤넬 최초의 스포츠 시계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계 소재로는 거의 쓰이지 않았던 세라믹 소재를 과감하게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들로 J12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19년 J12 탄생 20주년을 맞아 샤넬은 새로운 셀프와인딩(자동)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탑재한 '뉴 J12' 컬렉션을 발표했다. 그 동안 ETA 베이스의 자동 칼리버를 탑재했던 전작들과 비교하면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이를 의식한 듯 샤넬은 바젤월드 부스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자동 칼리버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부스 한 쪽에는 뉴 J12의 케이스백을 확대경과 함께 노출해 새로운 무브먼트를 자신 있게 소개했다.
범용이 아닌 독자 무브먼트
그냥 패션브랜드가 아닌 진짜 워치메이커로 한 단계 성장
샤넬은 컴플리케이션이 아닌 J12 기본 라인업에 처음으로 무브먼트가 보이는 시스루 형태의 케이스백을 채택했다. 사실 케이스 외관만 봤을 때는 전작들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블랙 혹은 화이트 세라믹 케이스 & 브레이슬릿을 기반으로 일부 모델에는 다이얼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식의 베리에이션 구성 역시 이전 세대 J12에서 충분히 접한 것이다. 이렇듯 언뜻 봐서는 '뭐가 달라졌는데?'라는 의문이 들 법한데, 시계를 돌려 케이스백을 보면 이전 세대 J12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4개의 스크류로 고정된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과 함께 생소하게 생긴 무브먼트가 떡 하니 위용을 자랑한다. 직경에 비해 다소 커다란 싱글 배럴, 원 형태를 변주한 텅스텐 소재의(골드 모델은 골드 소재) 스켈레톤 로터의 개성적인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새로운 무브먼트를 샤넬은 '칼리버 12.1'로 명명했다.
총 174개의 부품과 28개의 주얼로 구성된 12.1 칼리버는 시간당 28,800회(4헤르츠) 진동하고, 파워리저브는 약 70시간을 보장하며,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받아 정밀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12.1 칼리버는 '무슈 드 샤넬' 내지 '프리미에르 스켈레톤'에 탑재된 칼리버 1, 2, 3 시리즈와 비교하면 완전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점핑 아워 & 레트로그레이드 미닛 칼리버 1과 스켈레톤 칼리버 2, 3의 경우 무브먼트 기획 및 디자인 단계서부터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CHANEL Watch Creation Studio)'를 통해 '라쇼드퐁'의 '샤트랑 매뉴팩처 오뜨 오를로제리' 부서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완성되었다면, 새로운 J12의 12.1 칼리버는 샤넬이 컬렉션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쓰리 핸즈 데이트 타입의 베이직한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라는 나름의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100% 샤넬에서 인하우스 디자인, 제조된 칼리버는 아니라는 뜻이다.
12.1 칼리버는 제네바의 신생 매뉴팩처 '케니시(Kenissi)'가 샤넬을 위해 특별 제작, 공급했다. 이는 흡사 플러리에의 '보쉐(Vaucher)' 매뉴팩처가 자신들의 지분 일부를 소유한 '에르메스(Hermès)'에 자동 칼리버를 독점 공급한 선례와도 유사하다. 케니시는 튜더가 최대 주주인 회사이다. 그래서인지 케니시가 샤넬에 공급한 무브먼트는 튜더의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인 MT56XX 시리즈(특히 데이트 버전인 MT5612)와도 생김새가 상당히 흡사하다.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의 전체적인 가공 상태(피니싱 수준)는 물론, 작동 안정성과 내충격성을 고려한 브릿지 형태의 밸런스 브릿지, 그리고 약 70시간의 넉넉한 파워리저브 성능 역시 MT56XX와 빼 닮았다. 물론 이와 관련해 샤넬 측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롤렉스 그룹(튜더)의 자회사 개념이 강한 케니시와의 연관성으로 이러한 추측이 전혀 근거가 없은 아니다.
새로운 12.1 칼리버 관련해 추가적인 상세 스펙은 따로 공개되지 않아 튜더 MT56XX 시리즈 칼리버와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파헤치는 데는 애초 한계가 따른다. 어찌됐든 ETA 혹은 셀리타의 범용 칼리버를 대신해 보다 진보한 설계의 검증된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를 선택한 결정은 향후 샤넬로서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케니시의 지분 일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샤넬만을 위한 새로운 자동 무브먼트 개발 프로젝트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다이얼과 크라운
한편 다이얼 디테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작들과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문 오토매틱과 스위스 메이드 폰트를 통일하고, 다이얼 위에 위치했던 스위스 메이드 프린트도 다이얼 외곽(플랜지)으로 내려가 좀 더 정돈된 느낌을 준다.
블랙 혹은 화이트 세라믹을 카보숑 처리한 스틸 소재의 스크류다운 크라운의 직경은 전 세대 제품보다 약간 작아졌다. 이로써 세라믹 소재의 크라운 가드와 좀 더 유려하게 곡선을 그리고, 시계의 부드러운 인상에도 기여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기존 J12의 아이코닉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인 '아르노 채스트링(Arnaud Chastaingt)' 역시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술력과 디자인 둘 다 잡은 버클(Buckle)
J12의 버클은 버튼이나 별도의 고리 없이 여닫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버클이다. 이는 다른 시계에서 볼 수 없는 방식이며, 버클을 펼치고 닫을 때의 느낌은 자석을 붙였다 떼었다 할 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여닫을 때의 탄력감은 자석이 아닌 버클 중앙에 있는 평판 스프링에서 나오며 구조가 간단하면서도 사용하기 편하다.
기존의 버클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J12의 버클은 매우 높이 평가할만 하다. 간단해보이지만 스프링을 사용했기에 오랜 기간 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합금 기술과 열처리 기술을 보유해야 가능하다. 이 특별한 구조는 샤넬이 특허권을 갖고 있으며 이 버클이 J12 모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샤넬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한정판 모델
J12 컬렉션에는 다양한 한정판 모델이 소개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랍고 눈에 띄었던 모델은 브레이슬릿까지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제작한 'J12 엑스레이(J12 X-Ray)'였다.
또한 개성만점의 스페셜 에디션을 추가로 선보였다. 제품명에 J12 컬렉션의 2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를 병기해 'J12∙20'로 불리는 모델에는 샤넬을 상징하는 약 스무 가지 정도의 상징 요소들을 형상화했습니다. 2.55백, 까멜리아(동백꽃), N°5 향수병, 트위드 재킷, 심지어 창업주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캐리커처 이미지와 그녀의 별자리에서 착안한 사자 엠블럼까지 확인할 수 있다.
'메티에 다르(공예예술)'풍의 극소량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블랙 혹은 화이트 세라믹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에 다이얼은 전통 '샹르베 에나멜(Champlevé enamel)' 기법을 활용해 앞서 보신 한정판들보다 한층 더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다이얼/베젤 장식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색상, 여러 소재를 이용하여 변화를 보여주거나 디자인을 추가한 다양한 모델들이 있다.
J12의 강점이라면 화이트와 블랙,다크 실버로 구분할 수 있는 유니크함일 것이다. 이런 유니크함 때문에 많은 브랜드에서 세라믹 소재의 시계가 출시 됨에도 J12는 세라믹 시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소재의 혁신을 통해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을 하긴 했지만 혁신은 반드시 고통을 수반한다. 세라믹 소재의 유행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는 불투명하다. 이 새로운 소재가 유행을 넘어 긴 시간 이어져 친숙함으로 다가올때까지 J12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패션 브랜드가 아닌 시계 브랜드로서의 과제가 남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샤넬은 럭셔리/하이엔드이기는 하나 패션브랜드로 유명하다. 오히려 이 부분이 시계 브랜드로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패션브랜드로서의 명성을 넘어설만한 기술력과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데 사람들의 생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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