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호이어 TAG Heuer
모나코 Monaco
ref. CAW211P.FC6356
케이스 직경: 39mm
케이스 두께: 14.3mm
케이스 소재: 스틸
다이얼 색상: 블루
오토매틱 칼리버 11
6시 방향 날짜창
크로노그래프
파워리저브: 약 40시간
방수: 100m
시간을 초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역사에서 '태그호이어(TAG Heuer)'의 존재감은 가히 절대적이다. 창립자 '에드워드 호이어'가 1887년 개발한 진동기어는 현대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으로 자리매김했고, 세계 최초의 비행기 및 자동차용 대시보드 '크로노그래프 타임 오브 트립'(1911년)과 세계 최초로 100분의 1초 단위까지 측정 가능한 '포켓 스톱워치 마이크로그래프'(1916년), 1000분의 1초 단위까지 측정하는 손목시계 '마이크로타이머 플라잉 1000'(2011년), 1만분의 5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마이크로거더'(2012년) 같은 유산들은 비단 태그호이어뿐만 아니라 시계 역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가 되었다. 이번에는 태그호이어의 또 다른 주요 컬렉션인 '모나코(Monaco)'를 소개하고자 한다.
경주용 시계의 오랜 역사와 인연
태그호이어는 그 어느 브랜드보다도 모터스포츠와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창립자의 4대손이자 현 태그호이어의 명예회장인 '잭 호이어'가 1963년 멕시코 로드 레이스에서 이름을 딴 '카레라(Carrera)'를 론칭한 이래, 태그호이어는 경주용 크로노그래프 시계 분야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역사와 풍성한 스토리를 갖게 되었다. 촌각을 다투는 '포뮬러 원(F1)' 경기에 참가한 드라이버들은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시계를 필요로 했고, 호이어(태그호이어의 전신)는 가장 앞장서서 이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였던 것이다.
또한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생소하기 이를 데 없던 공식 타임키퍼 및 홍보대사 선정과 같은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태그호이어는 남다른 선구안을 가지고 있었다. 1950년대 말에 활약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인 카레이서 '후안 마누엘 판지오'를 홍보대사로 영입한 이래, '니키 라우다', '알랭 프로스트', '아일톤 세나', '키미 라이코넨', '페르난도 알론소', '루이스 해밀턴', '젠슨 버튼' 같은 당대 최고의 레이서들이 태그호이어를 거쳐갔다. 또한 1971년부터 1979년까지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을 공식 후원하고, 1992년부터 2003년까지는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했으며, 최근에는 보다폰 맥라렌 메르세데스 및 아우디 스포츠, 모나코 오토모빌 클럽(ACM)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반세기가 넘도록 한결같은 모터스포츠 사랑을 보여주었다.
호이어 시절부터 경영자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잭 호이어'는 1969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정사각형 케이스를 가진 '모나코'를 발표한다. 모나코라는 이름은 유럽 남부 지중해 연안의 한 공국에서 따온 것으로, 이곳은 F1 서킷 중 가장 아름답고 숨가쁜 레이스가 펼쳐지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스위스 출신의 드라이버이자 호이어의 F1 그랑프리 홍보대사이기도 했던 조 쉬퍼트는 1962년부터 모나코 그랑프리에 출전했고, 이 같은 인연을 바탕으로 모나코가 컬렉션명에 도입된 것이다.
F1 경기만을 위해 설계된 다른 서킷과 달리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시가지에서 요트항을 사이에 두고 총 3.3km 의 좁은 시내 서킷 트랙을 따라 무려 78바퀴의 돌아야 하는 경기로, 시속 3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질주하는 F1 머신들의 모습은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이싱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경기로 손꼽힌다. 때문에 모나코 그랑프리는 F1 스킬에서도 가장 최고 난위도로 꼽히며, '인디 500 랠리', '르망 24시 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경주로 꼽힌다.
한편 1969년은 호이어, 브라이틀링, 해밀턴, 뷰렌 등이 공동 연합해 완성한 최초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중 하나인 칼리버 11이 완성된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했다. 잭 호이어는 이 역사적인 칼리버를 일반적인 형태의 케이스가 아닌 특색 있는 디자인에 방수까지 가능한 케이스에 탑재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원형 케이스에 비해 각진 케이스는 당시의 제조기술로는 난점이 많았다. 특히 크로노그래프 기능(스타트, 스톱, 리셋)을 작동케 할 푸시 버튼을 장착한 형태여야 했기 때문에 방수성능을 보장하기 위해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결국 모나코 특유의 정사각형 케이스는 완성되었고 이 시계는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사각형 방수시계로 기록되었다.
https://kjgerman.tistory.com/337
레이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시계: 롤렉스 데이토나
이렇듯 제작단계에서부터 많은 우여곡절을 통해 탄생한 모나코는 뜻밖에도 한 영화와 스타를 통해서 손목시계 역사상 불멸의 아이콘으로 비상하게 된다. 지금껏 연재를 통해 수많은 브랜드의 대표 컬렉션을 소개한 바 있지만, 모나코처럼 빠르게 전설적인 시계로 급부상한 예는 많지 않다. 이 드라마틱한 배경에는 1960~70년대를 주름잡은 미국의 스타 배우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버티고 있다. 1970년 그가 포르쉐 917k를 모는 카레이서로 분한 영화 <르망>에서 맥퀸은 모나코를 착용했다. 커다란 사이즈의 사각형 케이스가 한눈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블루 다이얼 바탕 위에 화이트 색상의 분 카운터가 대비를 이룬 가운데 레드 포인트의 크로노그래프 핸드까지 어우러져 스포티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시계였다. 누가 봐도 이 시계는 당시 출시된 여느 시계들과 확연히 달랐고, 극중 레이서인 맥퀸의 남성적인 매력까지 더해져 한층 더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맥퀸이 모나코를 착용하게 된 계기 또한 흥미롭다. 그는 영화 출연을 위해 레이서로서 갖춰야 할 각종 기술들을 실제 F1 드라이버였던 '조 쉬퍼트'로부터 전수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내 막역한 친구가 되었고 당시 호이어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쉬퍼트의 권유로 맥퀸이 모나코를 착용한 것이다. 평소 시계에도 관심이 많았던 맥퀸은 이내 모나코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의 열연과 영화의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모나코 역시 덩달아 젊은 남성들 사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지금에야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한 이른바 간접광고(PPL)가 당연시되고 있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이러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티브 맥퀸이 모나코를 착용하면서 태그호이어로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광고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선풍적 인기 후 찾아온 쿼츠파동
하지만 모나코는 첫 양산형 기계식 자동 크로노그래프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쿼츠 시계가 업계의 주류로 자리 잡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제조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된다. 원형 케이스의 '카레라'나 '아쿠아레이서', '링크' 같은 컬렉션이 쿼츠식과 기계식이 적절하게 배분되며 인기를 이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모나코 케이스를 좀 더 둥글게 다듬은 형태의 '실버스톤'이나 '몬자' 같은 컬렉션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했지만 모나코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잠잠하던 모나코 컬렉션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이다. 태그호이어는 2004년 기계식 손목시계 역사상 처음으로 벨트 구동 방식의 파격적인 시계 '모나코 V4'를 공개한다. 이 시계는 당시 판매용이 아닌 컨셉워치였음에도 시계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벨트 구동 방식이란 자동차의 엔진과도 같은 4개의 배럴이 서로 벨트에 의해 연결돼 있고 가운데 축이 되는 바 형태의 텅스턴 소재 잉곳이 마치 피스톤 운동을 하듯 위 아래로 움직이며 배럴에 동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그 형태 면에서나 기능적으로나 혁신적인 시계였다. 이후 모나코 V4는 꾸준히 작동 안정성이 개선되어 2009년 비로소 상용화 모델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블루 다이얼 모나코
디자인에서 이미 먹고 들어가는 시계
모나코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모델은 역시 블루 다이얼의 크로노그래프다. 사실 이 시계는 외형을 보는 것만으로 시계 애호가들이 왜 그렇게 선망하는지 직관할 수 있을 듯 하다.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원형이라는 상식을 깬 파격적인 사각 형태임에도 적당히 가미된 토노 느낌의 측면 곡선은 이 시계를 완벽하게 만든다. 정면, 측면에서 보여지는 직선적인 인상은 사실 많은 곡선 요소들이 절묘하게 결합된 영리한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39mm x 39mm의 케이스 사이즈는 사각이기 때문에 더 커보이며 짧은 러그로 밸런스를 맞춘다. 브러쉬드 피니싱과 폴리싱 가공의 적절한 배합은 스포츠 컨셉의 시계가 가져야 할 강인함에 고급 기계식 시계의 필수요소인 고급스러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에 수평방향으로 곡선 형태를 그리는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는 모나코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또, 크라운이 일반 시계들처럼 3시 방향에 있는 것이 아니라 9시 방향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오리지널 모나코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본 포스팅에서 다루는 '칼리버 11'이 탑재된 모델의 경우는 9시 방향에 크라운이 있지만, '칼리버 12'가 탑재된 모델을 보면 일반적인 시계와 마찬가지로 3시 방향에 크라운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양 모델의 크라운은 위치 뿐만 아니라 크라운에 각인된 태그호이어 로고도 살짝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칼리버 11을 탑재한 모델은 오각형 안에 '호이어(HEUER)'라고 각인되어 있는 비교적 옛날 로고가 사용되었다면, 칼리버 12 모델에는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뉴 로고'가 사용되었다.
외에도 다양한 버전의 모나코 모델을 볼 수 있다.
모나코는 카레라와 함께 태그호이어를 대표하는 양대 기둥이자 손목시계 역사에 길이 남을 클래식이다. 스티브 맥퀸과 영화 <르망>을 통해 단숨에 컬트적인 시계 반열에 올랐지만, 그 선풍적인 인기 뒤에는 모나코만의 뛰어난 완성도와 개성 있는 디자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시계는 이렇듯 운명적으로 탄생한다.
https://kjgerman.tistory.com/category/%5B%EC%8B%9C%EA%B3%84%EB%A6%AC%EB%B7%B0%5D
https://kjgerman.tistory.com/318
https://kjgerman.tistory.com/210
https://kjgerman.tistory.com/160
'[시계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계리뷰] 리차드밀 RM67-01: 등급과 순위를 논할 수 없는 시계 (Richard Mille) (22) | 2024.06.06 |
---|---|
[시계리뷰] 태그호이어 까레라: 첫 명품시계로 모두가 고민해봤을 TAG Heuer Carrera (26) | 2024.05.25 |
[시계리뷰] 롤렉스 데이토나: 돈 있어도 웨이팅만 10년? (Rolex Daytona) (21) | 2024.05.15 |
[시계리뷰] 샤넬(Chanel) J12: 가방을 넘어 시계까지... 여자의 로망 (40) | 2024.05.03 |
[시계리뷰] 까르띠에 산토스: '사각시계 근본 + 최초의 손목시계', 타이틀 부자 (Cartier Santos) (31) | 2024.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