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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리뷰]

[시계리뷰] 파네라이 섭머저블: 투박함에 디자인을 더하다 (Panerai Submer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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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라이 PANERAI

섭머저블 Submersible

PAM02305

케이스 직경: 47mm

케이스 소재: 티타늄

 

베젤 소재: 티타늄

블랙 다이얼

3시 방향 날짜창

9시 방향 스몰세컨즈

 

오토매틱 무브먼트

인하우스 제작 P9010 칼리버

 

파워리저브: 약 72시간

방수: 30bar (300m)

크라운 보호 장치


 

투박함과 고급짐이 어우러져 있는 파네라이(Panerai). 브랜드만의 고유 디자인과 아이덴티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고급툴워치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잡았다. 또한 아래와 같이 많은 유명인, 운동선수들이 선택한 시계로 알려졌고, 이들이 대부분 남성스러움을 대표하기 때문에 남성시계하면 떠오르는 시계가 되었다.

 

저번에는 파네라이의 대표모델 '루미노르(Luminor)'를 다뤘다면, 이번 포스팅에서는 루미노르에서 디자인이 진화했다고 볼 수 있는 '섭머저블(Submersible)' 라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https://kjgerman.tistory.com/219

 

[시계리뷰] 파네라이 루미노르: 남성미의 상징, 마초를 위한 시계 (Panerai Luminor)

파네라이 Panerai 루미노르 Luminor ref. PAM01086 케이스 직경: 44mm 케이스 소재: 폴리시드 스틸 블랙 다이얼 3, 6, 9, 12시에 아라비아 숫자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기계식 인하우스 제작 P6000 칼리버 파워

kjgerman.tistory.com

 


 

파네라이의 시계는 크게 루미노르(Luminor), 라디오미르(Radiomir), 섭머저블(Submersible), 이렇게 총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케이스와 디자인 형태로 구분한 것이다. 초창기에는 야광도료의 종류로 구분을 하였으나 여러 디자인이 탄생하며 바뀌게 되었다.

 

왼쪽부터: 루미노르(Luminor) ,  라디오미르(Radiomir) ,  섭머저블(Submersible)

 

파네라이 브랜드 역사

 

파네라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일명 '파네리스티(Paneristi)'로 불리는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21세기 들어서 뜨겁게 재조명되며 인기를 누리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지난 발자취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파네라이의 시작은 1860년 이탈리아의 사업가 조반니 파네라이(Giovanni Panerai)가 이탈리아 피렌체 폰테 알레 그라치에(Ponte alle Grazie)에 세운 회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업초기 파네라이는 시계전문회사가 아니라 이탈리아 해군에 납품하는 군납용품 업체였으며 따라서 초창기에는 시계뿐만 아니라 군용 나침반, 손전등 등도 납품한 기록이 있다.

 

1916년 창립자의 친조카인 귀도 파네라이(Guido Panerai)가 당시 주요 고객이었던 이탈리아 왕실 해군의 요구에 따라 라듐 기반의 발광 물질인 '라디오미르(Radiomir)'를 발명해 특허를 출원하게 된다. 파네라이 역사상 최초의 특허였다. 이탈리아 해군은 어두운 바닷속에서도 시계의 시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계를 제작할 것을 주문하였다. 파네라이사는 이러한 해군의 요구에 부응하여 아연황화물과 라듐브롬화물을 혼합하여 일명 '라디오미르'라는 야광물질을 개발, 시계에 적용시켜 해군에 납품하였고 이 야광물질을 그대로 시계이름에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시계제조는 1936년 이탈리아 해군에 납품한 위의 발광 물질과 같은 이름의 시계 '라디오미르(Radiomir)'를 제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라디오미르 시계를 착용한 이탈리아 해군 특전대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1년 12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항구에 정박해 있던 영국해군의 전함과 구축함들을 침몰시키는 전과를 세웠고, 이로 인해 파네라이의 라디오미르 시계가 시계덕후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전쟁 당시 라디오미르

 

첫 라디오미르 프로토타입은 쿠션 형태의 커다란 직경(47mm)의 스틸 케이스에 로마 숫자와 아라비아 숫자를 번갈아 사용한 일명 '캘리포니아(California)' 다이얼이 적용되었다. 무브먼트는 롤렉스로부터 공급받은 수동 회중 무브먼트(Cal. 618)를 탑재했으며, 케이스 양쪽에 용접된 와이어 루프에 다이빙 수트 위에도 착용할 수 있는 길다란 방수 처리 가죽 스트랩을 연결시켜 특유의 개성을 완성했다. 견고한 케이스 설계와 유니크한 디자인, 뛰어난 가독성으로 최초의 라디오미르 프로토타입은 단 10개만 생산되었음에도 단숨에 전설적인 명성을 얻었다.

 

캘리포니아 다이얼

 

2차 세계대전이 본격화되자 파네라이는 이탈리아 왕실 해군의 한층 까다로워진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다방면의 연구를 이어갔고 1938년 하나의 결실을 얻었다. 다이얼판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플레이트로 포개고 그 사이 빈 공간을 발광 물질인 라디오미르를 층층이 채워 올린 이른바 '샌드위치(Sandwich) 다이얼'을 개발했다. 이는 단일 플레이트 위에 발광성 물질을 덧바르는 방식보다 훨씬 많은 양의 라디오미르 파우더를 소모하게 했지만, 그만큼 더 밝은 밝기와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해인 1938년, 처음으로 다이얼에 파네라이 브랜드명과 함께 라디오미르를 프린트하고 샌드위치 설계의 아라빅/바 인덱스를 사용한 다이얼이 적용된 라디오미르 프로토타입이 개발되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파네라이는 계속 이탈리아 해군에 시계를 납품하였고 1949년에는 삼중수소 동위 원소(트리튬) 기반의 새로운 자체 발광 물질인 '루미노르(Luminor)'를 발명하고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로써 방사능 우려가 있는 라듐 파우더(라디오미르) 대신 방사능 성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트리튬 기반의 발광 물질인 루미노르로 세대교체가 시작되었다.

 

1950년에는 라디오미르 이외 독특한 구조와 외형의 방수기능을 가진 '루미노르(Luminor)' 시계를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하였으며 이 루미노르 시계의 용두모양이 파네라이 시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파네라이의 시계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고 주로 군납용으로 제작되었다.

 

1950년대 초에 제작된 루미노르 프로토타입 'Marina Militare' Ref. 6152-1

 

뿐만 아니라 크라운을 보호하는 반달 형태의 크라운 가드와 방수성능 보장을 위해 크라운을 케이스에 밀착시켜 고정시키는 지렛대를 닮은 잠금 레버(브릿지)로 구성된 독창적인 크라운 보호장치를 고안한 것도 1940년대의 성취로서, 이 크라운 보호장치는 훗날 파네라이 시계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된다.

 

개성적인 크라운 보호장치는 또한 방수 성능 향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1949년~1950년대 초반에 걸쳐 제작된 프로토타입 모델들은 당시 이미 수심 200m 이하에서도 견딜 수 있는 뛰어난 방수 사양과 내구성을 자랑했다. 손목시계 역사상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군용 다이버 시계가 등장한 것이다.

 

한편 파네라이는 앞서 1943년 해군 갑판에서 주로 근무하는 장교들을 위해 디자인된 첫 크로노그래프 프로토타입인 '마레 노스트럼(Mare Nostrum)'을 선보였으며, 1956년에는 이집트 해군 특공대를 위해 잠수시간 계측이 가능한 회전 베젤을 장착한 커다란 직경(60mm)의 '이기지아노(L'Egiziano)'를 납품해 명성을 이어갔다.

 

또한 1955년, 루미노르 프로토타입 모델에 적용된 독창적인 크라운 보호장치(반달형 크라운 가드와 프로텍팅 브릿지)에 관한 완전한 특허권도 획득했다. 이 크라운 보호장치는 이미 1940년대에 개발 적용되었지만 이탈리아 해군의 기밀 유지 조항 때문에 특허권 출원이 본의 아니게 지연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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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머저블(Submersible)의 탄생

 

파네라이 섭머저블의 역사는 1956년으로 되돌아 간다. 1956년 'GPF 2/56 (Big Egiziano)'라는 모델이 기존의 파네라이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소개되며, 이 디자인이 바탕이 되어 파네라이의 섭머저블이라는 라인업을 형성하게 된다.

 

GPF 2/56 (Big Egiziano)

 

해당 모델은 "Big Egiziano" 라는 별칭에서 알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큰 사이즈인 파네라이에서도 큰 지름 60MM의 사이즈를 자랑한다.

 

현행 섭머저블

 

섭머저블의 다이얼은 파네라이 고유의 야광처리된 숫자 폰트가 빠지며, 기존의 파네라이가 보여주던 다이얼과는 조금은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 추가적으로 단방향 베젤이 추가되어 다이버 시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잠수함 느낌이 물씬 풍기는 베젤에는 5분 단위로 된 도트(Dot) 모양을 볼 수 있으며 둔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견고하게 시계 본체와 연결되어 있다.

 

단방향 베젤과 도트 무늬

 

루미노르와 같이 '크라운 보호 브릿지'가 있는 섭머저블은 덕분에 더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 이 크라운 구조는 레버로 지랫대 원리를 이용해 크라운을 강하게 압착해서 방수력을 높여주고 있고 크라운을 풀었을 때 레버가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원위치로 되돌리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사고 방지 기능'까지 겸한다.

 

투박함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파네라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매니아층을 향한 아주 똑똑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크라운에 'REG.T.M.'라는 문구가 각인되어 있다. 이는 파네라이의 크라운 보호 브릿지 특허 표시이다.

 

REG.T.M 특허 표시를 볼 수 있다.


 

최근에 파네라이의 시계들을 보면 다양한 소재를 통해서 다른 시계와 차별화를 시도 하고 있다. 청동(Bronze)이라는 시계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소재로 이목을 끈 PAM382 모델은 305 모델을 베이스로 케이스만 변화한 모델이다. 일련의 제품 발표를 볼때 305 모델의 형태는 향후 파네라이의 섭머저블의 주요한 기본 디자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청동 소재 사용, 디자인은 305와 동일


 

매니아층이 두터운 파네라이
파네리스티 (Paneristi)

 

파네라이가 21세기 들어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잡게 된 또 다른 숨은 요인 중에는 오버사이즈 시계의 유행도 한 몫 한다고 할 수 있다. 기계식 시계의 부흥과 더불어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졌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시계 크기에 대한 관용이었다. 남성용 시계는 40mm 정도가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과거와 달리, 44mm 심지어 47mm에 이르는 손목시계로는 전례 없이 큰 사이즈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에 어쩌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브랜드 중 하나가 파네라이였던 셈이다.

 

신비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탈리아 출신의 군용 시계는 리치몬트 그룹 산하에서 무럭무럭 성장하며 어느덧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대표주자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 나날이 고급화와 스페셜리티를 강조하는 업계의 생리에 발맞춰 파네라이 역시 무브먼트를 외부 의존이 아닌 자체 생산하는 매뉴팩처로서 첫 발을 내딛기에 이른다.

 

스위스 뉘샤텔에 위치한 파네라이

 

2002년 스위스 뉘샤텔(Neuchâtel)에 현대화된 시설을 갖춘 대규모 매뉴팩처를 건립한데 이어, 2005년에는 과거의 안젤루스 무브먼트에서 영향을 받은 8데이즈 파워리저브를 갖춘 브랜드 최초의 인하우스 수동 무브먼트 P.2002와 시계를 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GMT 기능과 10일간의 파워리저브를 가진 자동 버전의 P.2003을, 컬럼휠과 수직 클러치를 갖춘 수동 크로노그래프 베리에이션인 P.2004를, P.2004에서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형태로 진화한 P.2006과 첫 인하우스 투르비용 칼리버인 P.2005까지 왕성한 창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또한, 2009년에는 3일간의 파워리저브를 갖는 인하우스 자동 P.9000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고, 2010년에는 이탈리아의 천재적인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의 첫 천체 관측 성공 400주년을 기념하는 헌정의 의미로 초대형 천체 클락인 '주피테리움(Jupiterium)'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또한 같은해 얇은 인하우스 수동 P.999 칼리버와 시계를 발표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그 후, 2011년에는 3일간 파워리저브의 새 인하우스 수동 P.3000 시리즈, 2016년 마이크로 로터 타입 자동 P.4001, P.4002 시리즈 등, 현재까지 파네라이는 꾸준히 연구하고 다양한 시계를 출시하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파네라이라는 시계가 '파네리스티(Paneristi)' 라는 열광적인 집단을 생성 했고 메니아들이 열광을 하는지는 아주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파네라이" 라는 시계의 가장 큰 매력은 지나치게 트랜드에 휩쓸리지 않고 과거의 파네라이가 가진 역사속에서 그 유물들을 하나씩 조합해 나가는 것이 매력이 아닐까 한다.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고 트랜드에 따라가기 보다는 과거의 역사들을 하나둘씩 조합시키고 재생산하는 것이 매력이다 보니 파네라이의 새로운 시계가 출시할때마다 매니아와 유저들 사이에서는 숨은 그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 파네라이는 새로운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소수만의 시계에서 대중의 시계로 변모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고 이로 인해서 일부 매니아 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파네라이라는 시계가 매력적이고 독보적이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312 모델은 대중으로 가까이 가기 위한 큰 한걸음 이었으며 다시 부활시킨 42mm 라디오미르, 42mm 루미노르 시리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의 시장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매니아들은 한정성에서 가치를 찾지만 파네라이가 가진 보편적인 미는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소수의 매니아들에게 한정되어 있기 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알아버린 이유도 있다.

 

파네라이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지금까지 그들이 명성을 쌓아나가는 중요한 밑거름은 파네리스티라고 불리는 열렬한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성장하고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양적인 성장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본질을 지켜나가는 노력 또한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서두에서 이야기한 실베스타 스텔론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파네리스티 연예인/공인들이 간접광고 해주었고, 그 모든것이 협찬이나 광고가 아닌 자의에 의한 것이였다.

 

'Paneristi' 라는 독특한 집단이 계속 되고 언제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그리고 파네라이만의 독특한 형태/디자인 그리고 아이덴티티를 꼭 지속적으로 지켜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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