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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리뷰]

[시계리뷰] 까르띠에 산토스: '사각시계 근본 + 최초의 손목시계', 타이틀 부자 (Cartier Santos)

SMALL

까르띠에 Cartier

산토스 Santos de Cartier

ref. WSSA0029 (미디움 모델)

 

사각 케이스

케이스 사이즈: 41.9mm x 35.1mm

케이스 두께: 8.82mm

케이스 소재: 스틸

 

실버 마감 오팔린 다이얼

검 모양의 스틸 핸즈

사파이어 글래스

스틸 브레이슬릿 & 스마트 링크

가죽 세컨드 브레이슬릿

 

오토매틱 와인딩 메케니컬 무브먼트

칼리버 1847 MC

파워리저브: 약 40시간

방수:  10bar (약 100m)


 

까르띠에(Cartier)의 산토스(Santos)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손목시계' 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산토스는 특유의 사각 프레임과 베젤과 브레이슬릿 위의 나사들로 대표되는 아이코닉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 덕분에 손목시계 시장이 계속되는 이상 영원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시계일 것이다. 최초의 손목시계에 대한 논란은 많으나 최초로 '손목시계 전용' 으로 양산된 시계가 까르띠에의 산토스라 한다면 이견은 없을 것이다.

 

까르띠에 설립자의 손자인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는 일찍이 시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물이다. 당시 시계는 남성용 회중시계 또는 여성을 위한 장신구의 오더메이드 정도가 전부였지만, 루이 까르띠에가 1898년 메종에 합류한 뒤 까르띠에는 탁상시계의 자체 생산 설비를 갖추는 등 시계 제작 능력과 규모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그의 선구안은 친구 '알베르토 산토스-뒤몽(Alberto Santos-Dumont)'을 만나 빛을 발한다.

 

 

산토스의 역사

 

까르띠에의 산토스는 1904년 당시 파일럿이였던 브라질 태생의 '알베르토 산토스-듀몽'이 그의 친구 '루이 까르띠에'에게 비행에 필요한 시계를 부탁하며 시작되었다. 산토스-뒤몽은 비행선을 직접 만들어 조종할 정도로 비행에 몰두했다. 비행선을 조작하며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는 것이 번거로워 루이 까르띠에에게 시계를 손목에 고정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1904년 역사적인 손목시계 산토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회중시계에 스트랩을 연결한 이전의 형태와 달리, 산토스 시계의 모양과 기능은 현대 손목시계의 기원이 되었다.

 

산토스-뒤몽은 이 손목시계를 차고 비행 세계 기록을 세웠고 자연스레 모험 장비로 활약한 산토스 시계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당시 상류층 남성들의 선망과 동경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루이 까르띠에는 1908년 산토스 II를 제작해야 할 정도였다. 1911년, 마침내 정식으로 '예거(Jaeger)'의 무브먼트를 납품받아 '산토스 드 까르띠에(Santos de Cartier)' 컬렉션을 출시했고, 이는 까르띠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컬렉션이 되었다.

 

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성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손목시계라는 물건은 매우 보편적으로 보급되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는 양산과 대량 보급이 가능한 원형, 스틸소재의 시계에 한정되었고, 사각형에 금소재로 만든 최고급 시계였던 까르띠에의 산토스는 오히려 생산을 멈추었다. 세계대전은 까르띠에로부터 산토스를 뺐어갔지만 까르띠에는 세계대전에 쓰인 탱크로부터 영감을 받아 '탱크(Tank)'라는 사각시계를 제작하게 되었고 이는 산토스가 자리를 비운 시계 제작사 까르띠에의 대표 모델이 된다.

 

https://kjgerman.tistory.com/52

 

[시계리뷰] 까르띠에 탱크솔로 XL (ref. W5200026): 예물시계, 무엇이 좋을까요?

Cartier Tank Solo XL reference W5200026 ​ 오토매틱 와인딩 메커니컬 무브먼트 18K 핑크골드 케이스 케이스 크기: 31mm x 40.85mm 케이스 두께: 7.80mm 18K 핑크골드 크라운 (스피넬) 스틸 솔리드 케이스백 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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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스의 침묵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었는데, 무려1978년이 되어서야 까르띠에는 산토스를 자신들의 판매목록에 추가한다. 그 당시 까르띠에의 위치는 현재의 까르띠에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오히려 20세기 초반의 인식과 비슷했는데, 최고의 보석 세공 기술을 가진 까르띠에의 시계들은 기본적으로 금 혹은 백금 소재로 만들어져 일반적인 대중들은 접근하기 힘든 가격대에 있었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의외의 곳에서 불기 시작했는데, 최고급 시계 제작사인 '오데마 피게(Audemar Piguet)'가 스틸을 엄청난 세공력으로 다듬어 전설적인 '로얄오크(Royal Oak)' 라는 스포츠시계를, 당시에도 고급시계였던 롤렉스의 서브마리너의 몇 배에 해당하는 금액에 발매해 대성공을 거두는 일이 벌어지며 시작된다. 로얄오크의 성공에 뒤이어 모든 시계 제작사의 정점이라 불리우는 '파텍필립(Patek Philippe)'까지 '노틸러스(Nautilus)'를 발매하며 최고급 스틸 스포츠워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https://kjgerman.tistory.com/285

 

[시계리뷰] 파텍필립 노틸러스 5811: 롤렉스?ㅋ 끝판왕 스포츠 워치 (Patek Philippe Nautilus)

파텍 필립 Patek Philippe 노틸러스 Nautilus ref. 5811/1G 케이스 직경: 41mm 케이스 두께: 8.2mm 케이스 소재: 화이트 골드 케이스백: 사파이어 글래스 선버스트 블루 다이얼 3시 방향 날짜창 브레슬릿 소재:

kjgerman.tistory.com

 

이런 상황속에서 까르띠에의 마케팅 매니저 '도미닉 페린(Dominique Perrin)' 은 스틸을 소재로 한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고급 스포츠 시계가 필요하다는 시의적절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까지 귀금속으로만 시계를 만들었던 까르띠에는 그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틸 소재 스포츠 워치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위해 전설적인 시계인 산토스의 재발매를 결정한다. 그렇게 산토스는 '산토스 까레(Santos Carree)'라는 이름을 가지고 세상에 다시 나온다.

 

1980년대; 좌: 오데마피게의 로얄오크; 우: 까르띠에의 산토스 까레

 

베젤을 강조한 디자인과 나사를 베젤 위에 그대로 노출시킨 디자인, 팔각은 아니지만 사각으로 각진 디자인은 로얄오크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산토스 까레를 단순히 로얄오크에게서 영향을 받은 미투 상품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까르띠에의 산토스 하면 연상되는 많은 부분, 사각형의 케이스와 다이얼, 베젤이 강조된 디자인과 베젤 위 나사를 그대로 노출시킨 디자인 등이 과거의 산토스에게서도 이미 드러나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파텍필립에게 노틸러스가 완전히 새로운 시계였다면 산토스 까레는 시대적 필요로 인해 까르띠에 스스로의 유산을 재해석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29mm x 41mm의 크기는 언뜻 보면 너무 작은 게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원형 시계로 생각할 경우 34mm 정도의 크기감으로 까르띠에를 연상하면 생각나는 과하지 않은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크기이다.

 

최초의 산토스, 탱크등 초기의 대부분의 까르띠에 모델들은 최고급 무브먼트 제작사인 '예거 르쿨트르'의 무브먼트들을 공급받아 사용하였지만 산토스는 비교적 보급형인 ETA사의 '2671 무브먼트'를 수정하여 만든 'Calibre 076 (여성용)', 'Calibre 077 (남성용)'을 탑재하여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시계 제작사 까르띠에는, 비록 당시에 독자적인 무브먼트 제작 기술은 없었지만, 하이엔드 제작사 위치에서 점차 대중적으로 친숙한 고급시계 브랜드로 포지션을 바꾼다. 이런 브랜드 위상의 변화가 제작사 입장에서 나쁘지만은 않은 것은 그만큼 인기 높은 대중적인 시계가 되었고 판매량과 수익이 늘어났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토스의 시계 내적, 외적 특징들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산토스의 특징이 되는데 현대적 산토스의 방향은 이 까레 모델로부터 거의 모두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구형 산토스에 대해 찾아보면 '산토스 갈베 (Santos Galbee)' 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수 밖에 없다. 까르띠에는 1987년 산토스 까레의 뒤를 이어 새로운 버전의 산토스인 산토스 갈베를 발매한다. 당시에는 이미 쿼츠파동이 일어난 뒤로서 까르띠에 역시 쿼츠 무브먼트를 일부 사용하기 시작한 뒤였다. 산토스 갈베 역시 산토스 까레의 특징을 대부분 물려받았으며 거의 동일한 사이즈로 출시되었으나 까레와는 다르게 갈베는 쿼츠 모델과 오토매틱 모델, 두 모델로 출시되었다. 쿼츠의 간단함에 힘입어 갈베는 까레 모델들보다 훨씬 다양한 다이얼 디자인을 가지고 생산되었다. 따라서 이를 대략적으로라도 구분할 방안이 필요한데, 산토스 갈베는 오토매틱의 경우 '오토매틱' 서체와 함께 3시에 날짜창이, 쿼츠 모델은 오토매틱이란 표시가 없이 6시에 날짜창이 있다.

 

산토스 갈베 쿼츠 모델 (6시 방향에 날짜창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르띠에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편안한 착용감과 탁월한 균형미, 산토스 워치의 정체성까지 고루 갖춘 시계를 새롭게 고안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심한다. 산토스 컬렉션에 새로운 모델들이 나왔지만 에펠탑의 네 모서리에서 볼 수 있듯이 대칭과 간결함을 최고로 여겼던 당대 파리의 기하학적 라인을 드러내는 정사각 형태는 항상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실루엣에 변화를 주는 우아한 곡선을 더함으로써 직선의 매력을 더욱 강조했다.

베젤 위에는 산토스의 DNA와도 같은 스크루 8개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이는 오리지널 산토스 워치가 출시된 당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도시 건축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새로워진 베젤 디자인은 스트랩과 케이스를 잇는 라인 간의 시너지를 조성하며, 날렵해진 라인들은 다이내믹한 스타일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는 산토스

 

새로운 산토스 워치는 한층 더 개선된 성능과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기 위해 계속되는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자기장으로부터 새로운 1847 MC 칼리버를 보호하기 위해 무브먼트 내 이스케이프먼트 메커니즘은 일체 자성을 띠지 않는 니켈 부품으로 구동된다. 또 전도율이 높은 합금 소재의 케이스로 무브먼트 외부를 감싸 무브먼트 안쪽으로 자기장이 흐르지 않도록 한다. 새로운 산토스 워치는 까르띠에 매뉴팩처에서 조립과 조정, 시험 작동을 거쳐 위치 변화와 습도, 온도와 압력, 충격과 가속도 변화 등 시계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작된다.

 


 

까르띠에는 산토스 컬렉션에서 매년 크로노그래프 등의 기능을 갖춘 새로운 기술, 각기 다른 소재와 컬러를 조합한 모델들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조금씩 변화가 있지만 현재도 전체적인 완성도와 착용감, 편의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다듬었을 뿐 원작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현재 산토스는 플래그십이라 할 수 있는 '산토스 드 까르띠에' 컬렉션과 오리지널의 분위기에 가장 가까운 '산토스-뒤몽 워치'로 나뉘는데 최근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와 산토스-뒤몽 워치에 과감한 컬러 베리에이션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토스는 여전히 산토스다. 과거 메티에 다르, 스켈레톤 등 파인 워치메이킹의 장으로 활약한 시절에도 그랬다. 시대와 장르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는 이미 100년 전에 완성된 디자인에 있을 것이다.

 


 

산토스 워치 특유의 미학적 코드들은 근현대 사회의 모습을 상징한다. 케이스와 스트랩을 연결하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착용법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의 진보와 발전이 가속화됐던 20세기 초의 사회상을 반영한 결과였다. 100년 넘게 지속돼온 산토스 워치의 신화는 이제 산토스-뒤몽의 전설을 넘어 새로운 행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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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Cartier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Ballon Bleu de Cartier ref. WSBB0040 스틸 케이스 케이스 직경 40mm 케이스 두께 12.4mm 3시 방향의 캘린더 창 오토매틱 와인딩 메캐니컬 무브먼트 1847 MC 칼리버 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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